플란다스의 개 - 봉준호(2000) 마음에 담긴 영화



서민(시영) 아파트에서의 연쇄 개 실종사건을 다룬 코미디 드라마

  이지만 봉준호 감독 특유의 스릴러와 사회비판 및 고발에 대한 뉘앙스가 진하게 배여있는 작품. 2000년대 세기말이었기도 했고, IMF가 터진 후 3년 뒤라는 우울한 시대적 배경을 볼 수 있는 장치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다.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첫번째 장편으로, 사실상 봉준호의 데뷔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살인의 추억이라든지 괴물로 인지도를 얻기 전이라 그런지 관객 평이 매우 좋지 않고 꽤 졸리다는 평을 받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영화였다. '플란다스의 개'처럼 보는 내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

  가장 핵심적인 인물 3인은 구시대를 상징하는 노년의 변경비(변희봉) - 현시대를 상징하는 중년의 고윤주(이성재) - 다가올 젊은 미래를 상징하는 박현남(배두나)이다. 각각의 캐릭터에 심어진 이미지를 잘 읽어낸다면, 이영화가 어떤 주제로 관객들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봉감독이 읽고 있는 2000년대의 시대적 배경이란 혼돈 그 자체였다. 노년의 변경비(변희봉)은 경비직을 하고 있으면서도 허세는 물론, 맡은바 소임에 소홀한 모습을 보인다. 그 소홀함이 발각되었을 때 그는 그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화를 낸다. (인터뷰 모습) 그런 혼돈 속에서 고윤주(이성재)는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었지만 (올바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기득권에 안착) 커튼이 그리워진 강의실 속에서 알듯 모를듯 얼굴에 그림자가 진다. TV에 한번 나오는 것을 꿈꾸던 철없는 젊은 세대, 박현남은 숲을 오르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사실 이 영화 감독이 봉준호라는 것을 알고 본 것이 아니라서 선입견 없이 볼 수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다행이다.) 영화 내 삽입된 장치들이 꽤나 잘 삽입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수작이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실제 평점은 꽤 높은 편. (아마도 괴물과 살인의 추억 이후에 봉감독의 영화를 찾아본 팬들이 준 점수가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에 본 복수는 나의것 (2002)에서 봤듯이 배두나는 참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지만, 이 때만 해도 흥행실패의 아이콘이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 뭐 지금에야 잘 되었으니 다행인가.


박쥐 - 박찬욱 (2009) 마음에 담긴 영화



  제목이 박쥐다. 박쥐라는 동물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흔히 박쥐는 유불리를 계산해 이쪽 저쪽으로 왔다갔다 하는 그런 부류를 지칭한다. 헌데 그것이야 말로  대부분의 인간이 갖는 특성이다. 그게 군상이다. 박쥐는 박쥐들끼리 동굴에 한데 모여 몸을 부대끼고 산다. 마치 우리 인간처럼.

   상현(송강호 분)은 우연히 뱀파이어가 되고,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살게 된다. 번뇌하고 있는 도중 친구의 아내인 태주(김옥빈 분)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상현은 사랑을 갈구했고, 태주는 육체적 관계를 갈구했다. 친구의 집에서 가축처럼 평생을 살아온 그녀를 구원해주고자 친구(신하균 분)를 호수에서 빠트려 죽인다. 그리고서 태주에게 생일선물로 뱀파이어의 힘을 건네주게 된다. 태주(김옥빈 분)는 등장부터 핏기가 전혀 없는데, 이 뱀파이어의 힘을 얻게 되고 나서 몸에 핏기가 돈다. 진정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뱀파이어의 기운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며, 피를 마시기 위해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는 태주에 비해 아직 신부였을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지 상현는 태주와 함께 죽음을 함께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 지어진다.

  구원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태주에게 상현은 선택받은 삶을 선물했지만, 그 삶 역시 누군가를 끊임없이 죽여 없애야 하는 사람답지 못한 삶이었다. 결국 안식만이 그들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약속된 휴식을 보장받는 것이야 말로 구원의 길인가.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퇴폐미와 광기 넘치는 연기를 매우 잘 소화한 김옥빈의 연기는 극찬받아 마땅하고(이 영화로 여배우로 다시 인정받았다고 하니 본인한테도 다행인 일이고), 역시 송강호의 연기는 늘 감탄하게 한다. 말 그대로 프로 연기자다. 최다 천만 관객 돌파의 주인공인 오달수 역시 늘 한결같이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국내 평이 좀 갈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간 중간 괴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순 없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수작은 넘어섰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




해무 - 심성보(2014) 마음에 담긴 영화


  보증 흥행수표 김윤석과 연기파 배우 문성근, 그리고 영화 '이끼' 이후 늘 좋은 조연의 모습을 보여준 김상호가 출연한데다 각본 및 제작 상당부분에서 봉준호 감독이 관여했기 때문에 기대이상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던 영화. 하지만 박유천이 끼면서 상당히 애매해졌다. 같이 촬영했던 배우들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기엔 이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었이다. 특히 배경인 전라도만큼 어설픈 사투리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작품에 녹아들어가지 못해 용납하기 어려운 부분.

  배라는 제한된 공간에 중,후반부로 갈수록 새벽씬이 많아 시야도 제한된다. 거기에 음울한 BGM까지.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잘 이끌었고 연출 또한 좋다. 김윤석이 멱살잡고 전체 판을 키우긴 했으나 이거다 싶을 정도의 여운이 없는 것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밀항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소재의, 나쁘지 않은 정도로만 기억될 영화.




도시로올시다 - 니시모리 히로유키 메시지가 있는 만화



  '정직과 뚝심'으로 무장한 고대 무사 도시로가 현대에서 소심한 찌질이 켄스케를 만나 벌어지는 청춘 학원 드라마. 그림체를 보면 알겠지만 '오늘부터 우리는', '차를 마시자'와 같은 작가이다.


  그런데 이 작가, 범상치 않다.


  만화책을 보고 침흘리면서 웃기가 참 쉽지가 않은데... 2,3회 마다 한번씩은 빵 터지고, 권마다 한번씩은 킬킬거리면서 웃게 된다. 등장 인물들의 감정 표현이 매우 절묘하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지나갈 유쾌한 만화이기도 한데, 거기에 담긴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한 메시지가 있으니 그것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 위에서 소개한 다른 작품들과 비슷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심지어 그 캐릭터가 가진 개성도 비슷하다. 그러니 다른 작품인지 그냥 다른 에피소드인지 헷갈리도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보게되는 재미가 있다. 우울할 때 기본전환에 좋은 작품.



너는 펫 - 야오기 오가와 메시지가 있는 만화



  유명 신문사에서 근무하는 완벽 커리어 우먼 이와야 스미레는 은근 세심하고 맹한 구석이 있는 여린 여인. 어느날 집 앞에서 인간 남자를 줍는다. 그 남자는 자유분방한 현대무용의 기린아 고다 다케시. 다케시는 정체를 숨긴 채 그녀의 '펫'이 되기로 한다.

  강렬한 캐릭터의 개성과 짜릿한 감정의 밀당 표현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순정만화로 꼽는다. 이 인기에 힘입어 일본 내에서 2차 작품(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했다.  한동안 펫 생활을 꿈꾸게 된 원인을 제공한 작품. 그러나 다행이 현실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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